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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단편]헤드헌터 1/3

Kyle 2017.07.11 15:52 조회 수 : 8

헤드헌터 - 최가일 (1/3)

 

 

나는 헤드헌터다. 헤드헌터는 사람 찾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채용을 원하는 기업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서 면접을 보게 하고 입사를 시키는, 말 그대로 사람을 낚아채어 이곳으로 또는 저곳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아주 단순한 일인 듯하고, 세련되고 돈도 잘 벌 수 있는 일 같지만, 사람 일이란 게 늘 그렇지만 모든 게 쉽지만은 않다.

 

이 일을 하다보면 사람이 갈 자리는 정해져 있다는 운명론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게 그 동안의 느낌이다. 예를 들면 어느 한 사람을 입사 시키고 돌아보면 회사사정이 나빠 곧 이직을 해야 하는 사람이거나, 이직을 하는 회사에 이미 어떻게든 연이 있거나, 혹은 이직하고자 하는 회사 근처에 이미 연고가 있거나 이미 많은 부분이 정해져 있는 사람들이 그 자리로 가게 마련이다. , 내가 갈 수 있는 자리가 내가 가길 원하는 시간에 열려 있어야 이직이 가능한데 이 타이밍이 맞는 사람이 극소수이고 이 일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인구가 정말 예상외로 적다라는 게 실감된다. 그래도 그 희미한 미지수의 확률을 맞추기 위해 전화를 하고, 의향을 묻고 그 확률을 가늠하려 오늘도 열심히 별 짓거리를 해보지만 헛질을 하루 종일 할 때도 부지기수이다.

 

그렇게 내가 볼 수 있는 부분보다 볼 수 없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볼 수 없는 많은 부분을 볼 수 있는 능력이 뛰어 나야 하는데, 내가 다른 사람보다 촉이 좋거나 사람을 보는 능력이 뛰어 나지는 않은 듯 하고, 아무튼 세상의 여느 일처럼 그냥 저냥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또 이럭저럭 살기 위해 이 짓을 해오고 있다.

 

헤드헌터가 되기 전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만한 대기업의 차장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기업의 중장기 사업 전략에 따라 월급쟁이가 한 번에 만질 수 없는 액수의 퇴직금에 이끌려 희망퇴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난 건 최선의 선택이라 자위한다.

아무튼 퇴직 후 실컷 놀다가 구직을 하기 위해 느낀 헤드헌터들에 대한 반감내지 느낌은 이 작자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찾기에 나한테 갈 수 있는 회사조차 소개를 못하는지 알고 싶은 점도 있었고, 이쪽으로 간다면 내 자신이 갈 수 있는 회사의 정보를 얻어 직접 지원도 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아무튼 내가 이 직업을 가진 후로 남녀노소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보고, 전화해본 결과 사람들에 질리고, 나랑은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하찮게 느껴져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태반이었고, 언젠가는 다른 일을 하기 위해 때려치겠다고 결심을 하기도 많이 했다.

사람 일이란 게 우스워서 기대도 하지 않은 사람이 입사를 하고, 정말로 기대했던 사람도 탈락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는 아주 저 멀리 밑바닥의 바닥이라 생각하고 머리를 비우고 욕심을 비우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을 정해두고 저 높은 곳의 결정을 기다리며 분부대로만 일을 하고 있다.

 

온갖 채용을 원하는 직업들이 컴퓨터 화면에서 나를 채워 달라는 아우성을 하고 있고, 나는 늘 그렇듯 사람을 찾아 이 조합이 적당한지 통밥을 재고 있다. 마케팅, 디지털, IT 기업, 미술전공자, SNS 경험, 과장급, 남녀무관. 여러 가지 조건을 따지고 사람들의 거주지, 경력, 연차, 연봉수준 등등을 어림하여 5명 정도의 사람을 찾았다. 쉽게 A, B ,C ,D, E 로 칭하고 통화를 들어 보면,

 

: 여보세요, 거기 A 님 핸드폰이시죠?

A: , 어디시죠?

: 저는 헤드헌터인데요. 안녕하세요. 혹시 이직 좀 생각하고 계시나요?

A: 네 음...... 지금 회사 잘 다니고 있어요.

: 네 그러시군요. 그럼 이직 생각은 전혀 없으세요?

A: (짜증나는 듯 한 목소리로 무얼 자꾸 물어보냐는 투다) 네 없어요.

: 아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충 이런 스토리로 흘러간다. 자 이번은 B. 힘을 내서......

 

: 헤드헌터인데요. 안녕하세요. 혹시 이직 좀 고려하시나요?

B: 딱히 그렇진 않은데, 좋은 회사라면 고려해 볼 수 있죠.

: 네 그러시군요. 하하 (물론 벽을 허물기 위한 거짓웃음이다) 제가 디지털 마케팅 과장 포지션으로 채용 건이 있어서요.

B: 어느 회사죠?

: 네 잘 아실 것 같은데, 00기업이라고 합니다.

B: ..... 죄송한데 이미 다른 헤드헌터 분께 연락을 받았어요.

: 아 그러시군요. 그럼 그 분과 진행하시기로 하신건가요?

B: .

: 그렇군요. 그럼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전화 감사합니다.

B: , 수고하세요.

 

이쪽 세계에도 상도는 있다. 그 시간이 5분차이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이 먼저 연락한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물론 학연과 지연과 별에 별것들을 다 대고 지원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겠지만 이 사람이 채용되리라는 결과는 아무도 보장하지 않으니, 나와의 인연은 없다고 생각하고 과감히 전화를 끊는다. 사실 더 이상 구차하기도 싫다.

이번은 C이다. 과연?

 

: 여보세요 거기 C 님 핸드폰이시죠?

C: 네 누구시죠?

: 네 전 헤드헌터인데요.

C: 뚜뚜뚜......

이런 식도 있고, 물론 통화중인 경우도 있고, 전화기가 꺼져 있어 깊고 깊은 소리샘으로 넘어가고, 당분간 수신이 정지된 전화기도 있고, 그들의 세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도통 먹통일 때도 있다.

다음은 D. 전화번호를 누르고, 벨소리가 들리고, 세 번의 벨소리 후에 전화를 받는다.

 

: 안녕하세요. 저는 헤드헌터인데요.

D: 네 안녕하세요. (이렇게 반갑게 인사를 받아 주는 경우는 느낌이 좋다.)

: 혹시 이직 생각 중이시거나, 좀 알아보고 계신가요?

D: 네네. 이직 생각 있어요. (좋다. 여기까진......)

: 제가 디지털 마케팅 담당하실 과장님 포지션이 있어서요.

D: 아 그렇군요. 어느 회사에요?

: 네 아실 것 같은데 00기업이에요.

D: ...... 00기업이요. 거긴 회사 평판이 안 좋은 것 같던데. 아는 분이 거기 다니시는데, 회사 분위기도 그렇고, 야근도 많고 저랑은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 . (이런 말문이 막힌다.) 그럼 여기는 지원의사가 없으신가요?

D: 네 거기는 좀...... 다른 회사로 자리 나오면 연락 주세요.

: 네 그럴게요. 전화 감사합니다.

 

다른 자리가 나오면 연락 달라고 하는 건 완곡한 에둘림이다. 그들에게 맞는 자리는 당장 없다. 아니 가까운 미래에도 없을 것이다. 빨갛고 예쁜 끈을 잡았다가 다시 놓쳐 버린 느낌이다. 놓쳐 버린 끈은 다시 저 바닥으로 떨어지고 멀리 달아난다. 이제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E양이다. 서울에 위치한 중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모기업의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한 그녀는 그녀의 증명사진 속에서 옅은 웃음을 짓고 있었고, 우연히 마주친다면 한 번 더 쳐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어떤 목소리인지 어느 성격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내 상상이겠지만 말이다.

 

수화기를 들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는 간다. 받지 않고 있다. 다시 하기로 하고 한 곁으로 치워 두었다. 뭐 할일은 많다. 다른 사람들도 찾고 그럭저럭 시간은 잘도 간다. 서너 시간 후 다시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운전 중이거나, 모르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마도 다음번에는 내 휴대폰으로 해봐야겠다. 경우에 따라 스팸 전화라 생각하는지 아예 일반전화로 오는 전화는 안 받는 사람도 있다.

 

퇴근 바로 전 다시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아마도 매우 바쁜 사람이거나 외적인 일에는 상관하지 않는 사람이리라 생각이 들고, 아무튼 좋은 쪽으로 생각했다.

 

다음날 이럭저럭 일을 하다가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는다. 한참 수화기를 들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아랑곳하지 않고 기다려 본다. 그러다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싶어져 괜스레 얼굴을 붉히며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을 더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내게는 그녀가 무언가와 이어진 인연이 있을 것이라는 근본 없는 자신감이 쏟아나고 있었다.

 

3일 후 다시 전화를 걸었다. 똑같은 상황이다 변함없는. 어제와도 오늘과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데 그 방향이 이쪽인지 저쪽인지는 불확실하다. 전화를 끊었다.

 

일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해외주재원을 찾는 포지션이었는데 몇 번 통화를 시도하다가 이윽고 통화가 되었다. 내가 찾던 분의 어머니라 하신다. 어머님은 바닥이 꺼질 듯이 얘기하신다. 걔가 해외 나간 지 벌써 5년이 지났고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엄마한테도 연락을 잘 안한다고. 이 번호는 아들놈 번호인데 엄마 쓰라고 주고 갔다고 한다.

네 죄송합니다. 막다른 길이다. 끝이다.

 

다음날 이제 마지막이다 라는 심정으로 전화를 했다. 신호가 간다. 5, 6번 그리고 열 번째 신호가 가고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이런 미친. 갑자기 심장이 뛰었다.

 

: 안녕하세요? 거기 E 님 휴대폰이신가요?

누군가: 네 맞는데요. 제가 엄만데요. 누구세요? 무슨 일이시지요?

: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헤드헌터 입니다. E 님과 전화 통화 가능할까요?

E의 어머니: 헤드헌터? 뭐라고요?

: 네 직업소개해주는 사람이요. 혹시 계시면 통화 해보고 싶어서요.

E의 어머니: 아 그렇군요. (한참 머뭇대신다.) 제 딸 죽었어요. 벌써 삼사 개월 됐어요.

: 어 죄송해요. 제가 모르고......

E의 어머니: 근데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죠?

: 네 인터넷상에 이력서를 올려 두신 것도 있고요. 저희 회사에 연락처도 있어서 전화했어요. 죄송합니다.

E의 어머니: 아 아니에요. 이 전화도 딸애 것인데 딸 사진 보려고 충전은 해놓는데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어요. 혹시나 싶어서 받았는데. 그렇군요. 이젠 전화는 해지해야겠어요.

: 죄송해요. 암튼 안녕히 계세요. 전화 감사했습니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이미 세상의 끝을 놓고 어떠한 괴로움을 안고 그 곳으로 가려했는지 그녀의 웃음은 사진 속에서만 희미하게 남아있다. 잊자. 난 그런 사람이다. 밑바닥의 바닥에서 일으켜야 하는 사람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그들을 부축해 일으켜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북돋아, 희미한 한날의 희망을 주고 다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사람이다. 내 일이 아니다. 내 볼일은 거기까지인가?

 

언젠가는 마이클 잭슨의 버터플라이스 (Butterflies)’라는 곡을 들었다. 갑자기 이젠 그의 이런 노래들은 다시는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서글퍼졌다. 그의 경쾌한 힘과 목소리. 세상은 그가 존재했던 세상과 그가 사라진 세계로 나눠진다. 그가 나비처럼 사라져 버린 세상, 내가 지금 있는 곳은 암흑과 고통과 절망만이 남아 있는 듯하다.

 

회사에도 곧은 말 잘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이 항상 먼저 관둔다. 언제나 옆에서 나를 도와주고, 힘이 되어 줄 것 같지만 그들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고 알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떠난 세상은 멍청이들만 남은 혼돈의 세상이고, 멍청이들도 곧 그 길을 걸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떠난 세상. 그리고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이 떠난 세상은 그때마다 변화하고 쉴 새 없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쪽이든 진화하고 있다. 그녀가 있던 세상과 그녀가 없는 세상. 변해 버린 게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헤드헌터를 하고 내가 다닌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의 이력사항을 쭉 살펴 본 적이 있었다. 다른 회사에 이직한 사람, 아직도 구직을 하는 사람, 온갖 세상의 잡다한 구석에서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살고들 있었다. 그러다 지난 금융위기 때 1차 희망퇴직을 하고, 2년 지난 시점에 돌연 사망한 영업부 김00 차장의 프로필을 발견했다. 그의 이력서에는 그의 젊은 청년시절 사진이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가 졸업한 학교와 그가 지나온 과거들이 적혀있었다. 나는 알고 있다. 그는 세상이 힘들어 달리다 넘어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병원의 안치실로 들어갔고, 이름 모를 화장터에서 잿가루로 변해 버렸다는 것을...... 내가 기억하기론 김 차장은 항상 회사에 일찍 나와 무언가의 일을 하고 있었고 간혹 화장실에서 마주치면 깍듯하게 안녕하세요? 하고 웃음을 짓곤 하던 사람이었다. 피곤에 지친 병들고 안쓰러운 영혼들, 내가 따듯한 말 한마디 한번 해보지 못한 그 영혼들이 아직도 사진 속에서는 웃음을 짓고 새로운 일터를 원하고 있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어 안타깝다.

전화를 끊고 급히 그녀의 이력서를 내가 가지고 있는 서식에 다시 정리했다. 그녀는 퇴직 후 아직 구직 중인 상태로, 그녀가 적어 놓은 지원 동기나 포부를 다시 읽고 수정하고, 필요 없는 구절은 날려 버리고 웃고 있는 그녀의 사진을 복사하여 서식에 붙여넣기를 했다. 그리고 인사담당자에게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와 함께 총 3명의 이력서를 전달했다. 만약 면접을 원한다면 나에게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이력서를 전달하고 일주일이 지나고 하루 이틀이 좀 더 지나갔을 무렵, 인사담당자로 부터 연락이 왔다.

 

인사담당자: 네 전달해주신 이력서 검토했고요. 세 분 중에서 000님 면접 한번 보고 싶네요. 이분은 아직 구직 중 이신가 봐요. 빨리 채용을 원해서 이 분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분은 저희가 찾는 분과 좀 경력이 안 맞는 듯 하고요. 다른 한 분은 나이가 좀 많으세요.

: 그럼 언제쯤 면접 일정 생각하세요?

인사담당자: 이번 주 금요일 3시쯤 좋을 듯한데, 그분께 여쭤 보시고 알려주세요. 시간 안 되시면 다시 조정해야 하니까요.

: 네 감사합니다. 연락드릴게요.

 

그녀가 떠나간 세상에서 그녀를 찾는다. 작정하고 떠난 세상에서 다시 그녀를 부르고 있다. 난 내일쯤 인사담당자에게 사실이든 거짓이든 꾸며서 말을 할 것이다. 그녀는 사진 속에서 예의 그 웃음을 짓고 있다. 그 웃음이 한때 세상을 갈구하던 웃음인지 아니면 세상에 대한 냉소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하나 분명하다면 그녀가 없는 세상은 변했고 달라졌으며, 또 다른 시간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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